2023년 4월호 역사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2023.04.20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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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글 백은영


3월의 꽃샘추위를 지나 이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4월이 왔다.

꽃망울을 터트려 봄의 화려함을 수놓은 꽃들은 이미 상춘객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새삼 자연의 섭리가 오묘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을 향할수록 산천은 신록으로 물든다.

가을이면 추수 때가 되고, 겨울이면 만물이 자기의 가진 것을 내려놓는다.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자 우주의 질서다.

이를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24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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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란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로 나뉜 것을 말한다. 중국에서 기인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24절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나눈 뒤, 각 계절을 다시 여섯 등분해 양력 기준으로 한 달에 두개씩 절기를 배치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보고 농사를 짓는 농경사회에서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를 따라 15도씩 변화할 때의 황하 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를 나타내 정해진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지만,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예측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또한 24절기는 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음력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달력은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해 만들어진 탓에 태양의 운동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계절변화는 태양의 운동에 의한 것이므로 음력 날짜와 계절의 변화가 제대로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력에다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24절기다.


이런 달력을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이라 하는데, ‘음’(陰)은 ‘달’을 뜻하고 ‘양(陽)’은 태양을 뜻하므로 달과 태양의 운동을 모두 고려하는 역법이란 뜻이다. 우리가 ‘음력’이라고 부르는 시간의 표준은 ‘태음태양력’을 말한다. 즉 24절기는 처음부터 음력과 함께 도입된 것이다.



4월에 만나는 절기


#1 청명(淸明)

청명은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을 의미하며 음력 3월, 양력으로는 4월 5~6일 무렵이다. 한식(寒食)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 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이다. 주로 나쁜 일이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늦어도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 기록에 따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눠준다. 이를 ‘사화(賜火)’라고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눠주는데, 이때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한다.


청명이 되면 나무를 심는 지역이 있는데 이때 심는 나무를 ‘내 나무’라 한다.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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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식(寒食)

한식은 예로부터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쳤으며, 신라 때부터 오늘날까지 제사를 올리고 성묘를 드린 중요한 날이다. 또한 한식날은 ‘하나’의 불로써 온 나라의 군신백성이 일체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한식의 유래에 대한 설 중 하나는 춘추시대의 인물인 개자추(介子推)에 대한 설화다. 개자추는 망명해 있던 진(晉)나라의 공자 중이(重耳)를 위해 헌신했지만 중이가 문공(晉文公:재위 BC 636~628)으로 즉위한 후 개자추에게는 아무런 벼슬을 내리지 않았다. 실망한 개자추는 면산(綿山)으로 은둔했고 뒤늦게 이를 깨달은 진문공이 개자추를 등용하려 했지만산에서 나오기를 거부했다. 이에 문공이 개자추를 산에서 내려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놓았지만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죽고 말았다. 이에 진문공이 그를 애도해 한해에 이날 하루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겠다고 영을 내려 사람들이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식을 언제부터 명절로 여겼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고려 문종 24(1070)년 한식과 연등 날짜가 겹치므로 연등을 다른 날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늦어도 고려 전기에는 한식이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식은 ‘손 없는 날’ ‘귀신이 꼼짝하지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개사초(改莎草: 잔디를 새로 입힘)를 하거나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거나 이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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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곡우(穀雨)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는 봄철에 존재하는 마지막 절기로 청명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2023년 또한 4월 20일이 곡우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농촌에서는 농사시기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절기이며, 곡우가 되면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깔게 되는데 부정을 탔거나 액운이 끼어있는 사람은 볍씨를 볼 수 없도록 가마니를 덮어둔다는 정설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해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에 들이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못하게 했다.


곡우에 먹는 음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곡우사리’가 있다. 전남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들이 곡우 때가 되면 충남의 격열비열도까지 올라오는데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한다. 이때 잡힌 조기는 살은 많지 않지만 연하고 맛있는 데다 알이 많이 들어 있어 곡우사리를 조기 중 으뜸으로 친다. 경기도 김포에서는 이날 나물을 장만해 먹곤 했는데,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그전에 먹기 위해서다.


또한 곡우가 되면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 풍습이 있었다. 거자수라고도 하는 곡우물은 자작나무, 박달나무, 산다래 등에서 얻은 물이다. 곡우가 되면 나무에도 물이 많이 차오르는데, 이때 나무에 작은 상처를 내고 통을 매달아 놓아 모아진 수액을 마시는 것이다. 이때 마시는 곡우물은 위장병, 신경통, 신병을 앓는 사람에게 좋다고 여겼다.



속담으로 보는 절기 


청명에는 부지깽이와 같이 생명력이 다한 나무를 꽂아도 다시 살아난다는 뜻으로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난다.”는 속담이 있다. 청명에 심으면 무엇이든 잘 자란다는 의미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은 한식과 청명이 보통 하루 사이이므로 별 차이가 없음을 일컫는다.


조기는 산란할 때와 산란을 마쳤을 때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는데, 곡우 무렵이 되면 영광 칠산 바다에서 ‘부욱부욱’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조기 울음소리가 한양까지 들렸다’는 기록이 있으며,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영광에서는 조기 떼 우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속담이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이다.


이외에도 곡우와 관련해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곡우에는 못자리를 해야 한다.”와 같은 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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