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호 역사 전통 허브의 대표 식물 들깨와 들깻잎 무침
전통 허브의 대표
식물 들깨와 들깻잎 무침
글·사진 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
들깻잎
전어 철이다. 다양한 전어요리가 유혹하는 계절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어회무침이다. 그 자체를 먹어도 맛있고,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는 전어회무침은 들깻잎과 조화가 일품이다. 전어 속에 가려진 들깻잎은 전어의 비린내를 잡아주면서도 상쾌한 향기를 입안에 퍼지게 한다.
들깨는 전어회무침에서처럼 요리의 주역이 되는 경우는 드무나 우리의 전통 식생활에서는 없어서 안 될 만큼 비중 있는 식물이다. 요리 종류와 상황에 따라 들깻잎, 들깻가루, 들깨 기름으로 사용되는 들깨는 오랜 사용역사가 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 요리에서 많이 사용되는 친숙한 허브 식물이다.
둥근 씨앗에서 유래된 이름
들깨는 꿀풀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인도 고지, 중국 중남부가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중국 중남부, 네팔, 인도, 일본, 베트남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 들깨는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종자가 발견되었고, 통일 신라 시대에 들깨가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들깨에 대한 기록은 1273년에 편찬된 <농상집요(農桑輯要)>에 처음 기록되었고, 조선 역사상 최초의 농업서적으로 1429년에 편찬된 <농사직설(農事直說)>에서 들깨는 “유마(油麻)의 원래 이름은 수임자(水荏子)”라고 하는 기록이 있다. 1433년에 출판된 향약과 한방에 관한 책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임자(荏子) 및 수임자(水荏子)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1613년에 허준(許浚)이 편찬하여 간행된 의학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임자(荏子)로 기록되어 있다. 서유구에 의해 1842~1845년에 편찬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소계임(蘇桂荏), 수소마(水蘇麻) 등 들깨 품종이 기록되어 있다.
들깨
들깨 이름은 그 어원과 고형의 변천 과정을 살펴
보면 1차적으로 ‘둥근 모양의 깨’인 것으로 추정
되나 오늘날에는 야생을 뜻하는 접두사 ‘들’과
‘깨’로 구성된 이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들깨 이름은 이처럼 임자(荏子), 수임자(水荏子), 소계임(蘇桂荏), 수소마(水蘇麻) 등이 사용된 가운데, 15세기에는 오늘날 들깨의 이름의 고형이 사용되기도 했다. 1489년에 간행된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는 ‘두리ㅄ개’, 1459년에 발간된 <월인석보(月印釋譜)>에는 ‘두리ㅅ개’, 1527년에 발간된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듧ㅅ개’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풀이하면 ‘두리+ㅄ개’로 되므로‘두리-’+‘깨’가 된다. 중세어에서 ‘두리’는 ‘둥근 것’을 의미하므로 들깨는 둥근깨라는 의미가 된다.
들깨 이름은 그 어원과 고형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1차적으로 ‘둥근 모양의 깨’인 것으로 추정되나 오늘날에는 야생을 뜻하는 접두사 ‘들’과 ‘깨’로 구성된 이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들깨의 중국어 이름은 중국 후한 시대의 의사로 알려진 화타(華陀, 145~208)가 자소(紫蘇)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타는 게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 거의 죽을 상태에 이른 젊은이에게 보라색의 약초를 달여 주었는데, 젊은이는 회복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죽어가고 있던 사람을 소생(蘇)시킨 보라색의 약초라고 해서 자소((紫蘇)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중국 후한 시대에 편찬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소엽(蘇葉), 소자(蘇子)로 기록되어 있고, 중국 한나라 말기에 완간된 본초학서인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는 임(荏), 임자(荏子)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명(明)나라 이시진(李時珍)이 1596년에 펴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들깨 이름이 자소자(紫蘇籽)로 기록되어 있다. 이 이름은 오늘날에도 들깨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들깨에 대해 중국에서 유래된 자소(紫蘇, シソ)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붉은색의 잎과 녹색의 잎을 구분하기 위해 청자소(靑紫蘇) 또는 오오바(大葉)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오오바(大葉)는 청색자소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로 시즈오카(静岡)에서 오사카(大阪)에 출하할 때 ‘오오바(大葉)’라는 이름을 사용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그 후 들깨를 전국에 출하함에 따라 ‘오오바’라는 이름이 정착했는데, 아직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재 중부 지방에서부터 동쪽 지역까지는 여전히 자소(紫蘇)로 많이 불리는 반면에서 간사이(關西地方)에서 서쪽 지역까지는 ‘오오바(大葉)’로 많이 불린다.
들깨의 학명은 페릴라 프루테스센스(Perilla frutescens var. japonica)이다. 속명 페릴라(Perilla)는 동부 인도(東部 印度)의 토속명(土俗名)에서 유래된 것이다. 종명 프루테스센스(frutescens)는 반관목상의 라는 뜻이다. 영어 이름은 레릴라(perilla)는 속명과 마찬가지로 동부 인도의 토속명에서 유래된 것이며, 프랑스어 이름 페리아 드 논캔( Perilla de Nankin)은 난징 들깨의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들깨 사용문화
들깨를 요리 재료에 사용하는 주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네팔, 인도, 베트남, 태국이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들깨를 가장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세당이 1676년에 편찬한 농업서인 <색경(穡經)>에 “들깨는 가을에 익지 않았어도 잎을 거두어 장에 담글 수 있다”라는 대목이 있듯이 들깨의 사용문화는 매우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들깨는 크게 들깻잎, 들깻가루, 들깨 기름 세 가지 유형으로 사용된다. 들깻잎은 나물, 볶음, 쌈, 부각, 전, 장아찌, 김치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여름철에 반찬이 없을 때는 나물무침이나 김치 재료로 사용되며, 삼겹살을 먹을 때는 훌륭한 쌈 재료로 사용된다. 또 남부지방에서는 생선 요리를 할 때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 식물로 사용한다. 전남 동부권 및 경상 남부 지역에서 생선 요리나 매운탕을 끓일 때 많이 사용되는 배초향은 향이 강해 일부 지역에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반면에 들깻잎은 폭넓은 지역에서 사용된다.
들깻가루는 나물을 무칠 때, 수제비를 끓일 때는 물론 개장국, 찌개, 오리탕 등 각종 탕에 넣어서 풍미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들깨 기름은 나물무침, 생선무침, 비빔밥에서 참기름과 함께 많이 사용되면서 음식의 풍미를 높인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식문화
중국에서 들깨의 향과 방부 효과 등을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회를 먹을 때 들깻잎은 향을 더하고, 비린내를 없애는 용도로 사용한다. 들깻잎은 방부 효과가 있으므로 생선, 고기 등 부패가 쉬운 음식은 들깻잎에 싸서 실내의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보관하기도 한다. 들깻잎은 장아찌 가공에 활용하기도 한다. 들깻잎을 국 재료, 튀김으로 조리하기도 하며, 어린줄기와 잎을 잘게 썬 뒤 다른 양념과 섞어서 독특한 요리를 하기도 한다. 들깻잎과 들깨를 이용해 죽 요리, 찹쌀떡 만들기, 들깨 음료 만들기 등에도 활용한다.
일본에서는 붉은 잎을 가진 자소(紫蘇, シソ)를 매실장아찌(우메보시)에 이용하는 전통이 있다. 잎이 붉은색의 자소는 안토시안계의 붉은 색인 시아니딘이라고 하는 색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의 추출물을 매화 장아찌에 이용한다. 매실의 구연산 성분에 의해 자소의 추출물은 붉은 액이 되고, 매실장아찌도 붉게 염색된다. 자소의 추출물에는 방부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5~10%의 식염과의 병용될 때 효과가 뚜렷해진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매실장아찌의 방부효과를 높이는데 사용된다. 일본에서 들깨는 매실장아찌에 자소가 사용되는 것 외에 회, 면류의 양념, 안주, 튀김, 절임, 주스와 주먹밥 등에 사용되는데, 요리에 사용되는 레시피는 매우 많다.
베트남 가정에서 들깨는 매우 인기 있는 향신채이며 집에서 재배하여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향신채 외에 가정에서 기침, 감기, 두통, 복부 팽만감, 게와 생선에 의한 식중독을 치료에 사용한 민간 약재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들깨는 잎이 샐러드, 수프, 피클에 자주 사용된다. 신선한 잎을 주먹밥에 사용하기도 하며, 치즈, 연어에 감싼 후 튀김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 또 신선한 잎을 잘게 썰어 생강 뿌리와 섞어서 볶음 요리나 고기 또는 생선 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들깻잎은 생선회나 해산물을 감싼 고명으로도 사용된다.
영양 성분과 생리활성
들깨에는 β-카로틴, 비타민 B군, 비타민 C, 식이섬유, 칼슘, 철, 칼륨 등의 미네랄을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β-카로틴, 칼슘, 비타민 B1의 함유량은 채소 중에서도 선두권이다. β-카로틴은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 비타민 A로 변환된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는 기름과의 궁합이 좋고, 기름과 함께 섭취함으로써 흡수율이 올라간다. 들깨의 이러한 영양학적 특성은 면역력을 높이거나 빈혈 예방, 피로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유의 향기를 내는 정유 성분인 페릴알데히드는 냄새 신경을 자극해 위액의 분비 촉진, 식욕 증진 효과 외에 건위(健胃) 작용이나 강한 살균작용에 의해 식중독의 예방에도 효과있다. 또한 폴리페놀의 일종인 향기 성분에는 강한 항산화 작용이 있다.
들깨의 씨앗에는 리놀렌산이 풍부하다. 리놀렌산 성분은 혈중 지질을 낮추는 효과적인 성분 중 하나이며, 들깨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는 활성산소에 대한 항산화와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 들깨는 모든 연령대에 적합하고 혈중 지질을 낮추고 혈관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노인들이 섭취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한의학에서 들깨는 냉기를 분산시키며 기(氣)를 촉진하고 위장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 기침, 메스꺼움, 임신구토, 어패류 독 등의 질병에 쓰인다. 다수의 옛 본초 관련 책에서는 들깨의 효능이 기록되어 있다.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들깨 씨앗이 “기를 조절하고 냉기를 제거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들깨에 대해 “기순환을 좋게 하고 가래를 없애며 폐를 촉진하고 혈을 조화롭게 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며 통증을 완화하고 천식을 낫게 하며 유산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다. 중국 북송(北宋) 때인 968년경 나온 <일화자본초(日華子本草)>에는 들깨 씨가 “기를 보하고 심장과 복통을 치료하고 콜레라의 경련을 멈추며 식욕을 돋우고 모든 냉기와 무좀을 멈추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들깨 씨를 약으로 쓰기 위한 처방도 많이 있는데 중국 명나라 난무(蘭茂)가 대략 15세기 중엽에 편찬한 본초서인 <전남본초(滇南本草)>에는 어린아이의 기침, 목구멍의 가래 소리, 노인이 기침하고 헐떡이는 것을 치료에 들게 가루의 사용에 관한 내용이 있다.
한편 네팔과 인도에서는 들깨를 민간요법에 사용하고 있는데 주요 효능은 기침과 천식 완화, 고지혈증 예방 및 치료, 두뇌발달 촉진과 기억력 증진, 암 예방 및 치료, 알레르기성 피부염, 꽃가루 알레르기 등의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 포도상구균에 의한 장 질환치료이다.
베트남에서도 들깨가 민간요법으로 사용되는데, 주요 용도는 가래를 삭히고, 기침과 천식 치료, 항알레르기 및 항염증, 해독과 스트레스 해소, 감기 완화, 안전한 임신, 심혈관질환 치료, 어린이 백일해 치료 등이다.
향긋하고 새콤달콤한 무침
시골에서 들깻잎은 상비약과 같은 음식 재료이다. 반찬이 없을 때 주변에서 벌레가 먹지 않고 깨끗한 것을 채취하여 다듬고 씻은 후 양념에 버무려서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들깨의 잎이다. 무침은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부드럽게 삶아준 후에 나물로 무쳐도 좋고, 생으로 무쳐도 좋은데 생으로 무쳤을 때 향이 좋다.
들깻잎을 생으로 이용할 때는 자체 향이 강해서 양념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고추장과 물엿은 같은 양으로 해서 간이 맞을 정도로 넣고 다진 마늘과 식초를 약간 첨가해서 초고추장을 만들어 버무리면 된다. 마무리 단계에서 참기름 약간과 참깨를 넣고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가을 전어(錢魚)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라는 말처럼 전어 제철인 요즘에는 전어회와 들깻잎 초무침을 섞어서 먹으면 전어의 비린내를 잡으면서도 들깻잎 고유의 상쾌한 향을 즐기면서 가을 전어의 참맛을 새콤달콤하게 즐길 수가 있다. 들깨는 이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소중한 식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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