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역사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마법과 동화 속 이야기 펼쳐진다

2023.12.24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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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마법과 동화 속 이야기 펼쳐진다 


글·사진 장수경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쇠퇴에 대응해 물리적 환경개선과 주민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도시를 ‘종합 재생’하기 위한 지자체와 주민공동체의 노력으로 새롭게 탄생한 공간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버려지는 곳이 아닌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희망이 움트는 곳으로 ‘회복(回復)’한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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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머니는 동화책을 자주 읽어주셨다. 잠들기 전 포근한 이불 속에서 듣는 동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유리 구두를 잃어버린 <신데렐라>는 과연 왕자님과 로맨틱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마녀가 준 독 사과를 베어 물고 쓰러진 <백설공주>는 언제쯤 다시 눈을 뜰까.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과 함께 모험을 떠난 도로시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동화책 안으로 폭 빠져들면 가끔 꿈에서 주인공을 만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함께했던 동화 속 주인공들은 어느덧 나의 추억 속에 남게 됐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나는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그들과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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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개항 후 부촌 형성

노란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인 가을, 인천역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근처의 인천항과 부두, 크고 작은 섬들. 생각해 보면 서울과 가까이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이곳 인천이다. 거기다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도 있어 관광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마치 색동옷을 입은 것처럼 인천은 다양한 멋과 색을 품고 있었다.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 중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다. 송월동은 소나무가 많아 ‘송골’ ‘송산’으로 불리다가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달이 운치가 있어 지금의 ‘송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1883년 인천항 개항 후 독일인을 비롯해 많은 외국인이 들어왔고 자연스레 부촌이 형성됐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점점 젊은이들이 떠났고, 어르신들만 남게 된다. 오래된 건물과 방치된 빈집은 증가했다. 어느새 마을의 활기는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점차 멀어지게 된다.


되살아난 생기, 동화마을로 탈바꿈

이곳에 생기가 피어오른 것은 2013년부터다. 인천 중구는 침체된 마을의 낡은 담장에 꽃길을 만든다. 동화를 테마로 벽화와 조형물도 설치한다. 남겨진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과 꿈을 주기 위함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색적인 볼거리에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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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은 이름처럼 동화를 주제로 꾸며진 마을이다. 인천역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무지개 모양의 입구 조형물이 동화마을의 시작을 알린다. 길가에는 앙증 맞은 판다 조형물도 있다. 얼굴도 몸도 동글동글한 판다가 몽톡한 팔다리로 대나무를 감싸고 있다. 조형물을 보고 있으니 사육사의 한쪽 다리를 꼭 붙잡고 놀아달라고 애교 부리던 판다 ‘푸바오’ 영상이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국보급 동물인 판다를 상대국에 보내는 판다 외교를 해왔다. 판다 조형물은 한국과 중국의 우호적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화마을은 골목이 많지만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으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로시 길’ ‘성의나라 길’ 등 열 가지 테마로 꾸며졌고 사진을 찍으며 동화 속을 산책할 수 있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명작 동화를 모아 놓은 곳이어서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명성이 자자하다. 낡고 허름한 건물도 많지만 이마저도 매력적이다. 


오히려 좀 더 특별한 캔버스에 그려진 것처럼 다양한 질감이 표현돼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은 실제 사람 크기로 제작돼 더욱 생생했다. <겨울왕국>에서 동생으로 나오는 안나도 벽화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팬층도 두터운 <겨울왕국>은 곧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일 것을 암시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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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저 멀리 노란 병아리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보였다. 인솔하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온 것을 보니 인근 어린이집에서 왔나 보다. 두리번거리던 한 아이는 풀숲모양으로 꾸며진 벽화에 붙은 크고 볼록한 거울 조형물로 달려갔다. 아이는 조그만 손을 거울 위에 살포시 올리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나도, 나도”하면서 쪼르르 달려가 함께 거울 속을 들여다봤다. 어찌나 귀여운 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생님들은 카메라 셔터를 ‘타다다다’ 눌러댔다.


동화마을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골목골목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랑에 빠진 피노키오, 신데렐라와 호박마차, 자이언트 트리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조형물도 곳곳에 있다. 특히 <알라딘>에서 나온 지니 조형물은 거인처럼 크기가 커서 금방이라도 요술램프에서 나온 듯했다.


저 멀리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온 듯 보이는 아이들이 보였다. 선생님의 인솔 하에 사진을 찍던 아이들은 한 골목의 계단으로 쪼르르 뛰어 올라갔다. 자세히 보니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로 길게 조성된 ‘무지개 계단’이다. 한 줄로 나란히 줄 선 아이들을 향해 선생님은 “고개를 옆으로 내밀고 예쁜 포즈를 취해보세요”하고 외쳤고,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몸을 움직였다. 팔을 양쪽으로 올리거나, 손가락 브이를 하는 등 아이들은 자유롭게 포즈를 취했다. 훗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동화마을을 떠올릴 때, 이 한날을 두고 미소가 절로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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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과 짜장면

동화마을에서 인천역 방향으로 골목을 따라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붉은색의 큰 건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바로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인 ‘인천 차이나타운’이다.


1883년 인천항 개항 당시 청국 영사관이 설치됐고, 이 일대에 중국인들이 모여 살며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됐다. 화교들은 소매잡화 점포와 주택을 짓고 본격적으로 상권을 넓혔다. 이들은 중국 산둥성 지역에서 소금과 곡물을 수입했고, 193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1920년대부터 6·25전쟁 전까지 이곳은 청요리로 명성을 얻었다. 공화춘, 중화루, 동흥루 등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다. 오늘날 차이나타운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중국 음식점 외에도 삼국지·초한지 벽화거리, 패루, 한중문화관 등 먹을거리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차이나타운하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짜장면박물관’으로, 옛 공화춘 자리에 세워져 있다. 처음 공화춘은 이 건물의 동쪽 부분(동원)만 사용했다. 이후 사업이 번창하면서 서쪽 건물(서원)을 매입해 개보수하고 1983년 폐업 때까지 사용했다. 박물관 안에는 옛 공화춘 건물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어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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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박물관은 단체 견학 온 학생들이 많아 활기가 넘쳤다. 특히 짜장면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 짜장면의 변천사 등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구성돼 학습에도 도움됐다. 짜장면을 만드는 과정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완성된 춘장도 실제와 비슷해 보여 군침이 돌았다. 친구들과 전시를 보러 온 한 아이는 “조금만 있으면 짜장면 먹는다”며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한때는 ‘짜장면’과 ‘자장면’ 중 어떤 철자가 맞는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몇 해 전 국립국어원이 모든 철자를 허용해 더 이상 논쟁은 없지만, 짜장면은 재밌는 에피소드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처럼 송월동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은 볼거리뿐 아니라 추억을 선사하는 장소였다. 어른이 되면서 사라진 줄 알았던 순수한 동심을 불러일으켰고, 잊고 지낸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도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국적이면서도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 있는 인천 송월동. 역사와 추억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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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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