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역사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1)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1)
-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발전 -
글 이정은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2024년 10월 14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는 3명.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 같은 MIT의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James A. Robinson)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가 공동수상자로 발표되었다. 이들은 국가의 번영과 사회제도 간의 관계를 연구해온 학자들이다.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 선정과 관련하여 야콥 스벤손 노벨 경제학상 위원장은 “국가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는 데 있어 사회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법치가 열악한 사회, 국민을 착취하는 제도는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거나 변화하지 않는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국가 성공의 모범 사례
곧이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기자회견 소식이 보도되었다. 수상자들 회견은 “코리아” “코리아” 하며 코리아가 이야기의 초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국내 언론들은 다투어 다음과 같이 제목을 뽑았다.
“한국 경제를 보라, 국가 성공 모범 사례”
수상자 중 한 명인 존슨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
미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202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존슨
미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미국 원서(왼쪽)와 국내 번역서 표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매우 가난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경제를 보세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놀랍다고 생각합니다.”(이민석 워싱턴 특파원, 조선일보, 2024.10.15)
올해 수상자 3명 중 2명인 MIT의 아제모을루 교수와 시카고대 로빈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공동 저술했다.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분석한 이 책에서 두 교수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경제 제도’에 있다고 했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국가의 성공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또한 실패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은 북한이었다. 저자들은 말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
1945년 남북으로 갈라진 두 체제의 성적표가 밤에 우주에서 촬영한 동북아시아 사진에서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즉 한반도 남쪽은 불빛이 휘황찬란한 반면, 북쪽은 평양 주변에만 담뱃불만큼 빛이 보이고 나머지 북한 전역이 깜깜한 암흑에 묻혀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우주에서 보는 남북의 빛과 어둠의 대조현상을 경제체제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한 것이었다.
내년이면 광복 80주년이다. 광복 80주년은 곧 분단 80년인데, 80년 만에 남쪽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국가 성공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고, 북쪽의 공산 전체주의 체제는 국가 실패의 대명사가 되었다. 저자들은 국가의 성패 결정 요인이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바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경제 제도를 ‘포용적(inclusive) 제도’와 ‘착취적(extracting) 제도’로 구분한다. 포용적 제도는 사유 재산권을 보호하고, 부당한 재산 착취를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시민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에 반하여 착취적 제도는 독재나 권위주의 체제 등이 해당된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과 같은 성공한 국가들은 모두 포용적 제도를 채택한 나라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남한과 북한의 제도 차이가 어떻게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아제모을루 교수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우주에서 본 밤의 한반도와 주변(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
“남북간 대조가 책의 첫머리부터 나오는데 이는 (국가의) 제도가 하는 역할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남북은 분단되기 전에는 대등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의 측면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이 제도의 차이로 남북간 경제 규모 차이는) 10배 이상이 됐다.”
“한국 경제는 민주화 이후 속도를 내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들 수상 경제학자들이 회견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남한의 포용적 제도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했다는 것에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함께, 수요와 공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경제 체제에 기반하여 업체 간 가격 및 서비스 경쟁 등 통제경제, 계획경제가 줄 수 없는 역동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법적제재, 부당한 권력에 대한 언론의 자유로운 비판, 통행금지, 해외여행 제한 등의 각종 규제, 장벽 등을 철폐하고 자유화를 확대해 온 과정 등도 포용적 제도의 성장에 중요 요소였을 것이다.
부인이 한국계라 하는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사이먼 존슨 교수는 말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놀랍다. 그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중 시카고대 로빈슨 교수는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 주도형 개발 정책을 꼽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정희 정권 때의 수출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제대로 시행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성공적인 경제 정책이었다”며 “나는 그가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경제발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의 집권) 이후 한국은 민주주의 제도로 전환했는데, 이는 박 대통령 시절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을 한국이 지속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지도자와 국가 제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를 엄청나게 진전시킨 것은 그의 공로라고 말하고 싶다. 이를 지속되게 한 힘은 (민주주의 등의) 제도화였다. 이 모든 것을 개인적 역량으로만 추구하지 않고 제도화했다는 것이 ‘한국 모델’이 가진 천재성이다.”(이민석 워싱턴 특파원, 조선일보, 2024.10.15.)
여하튼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대한민국 발전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세계은행, 2024 세계개발 보고서
2024년 8월 1일 세계은행(World Bank)이 2024년 세계개발보고서(World Development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은행이 1978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것으로, 세계 경제개발 및 협력과 관련된 특정 주제를 선정하여 거기에 내포된 정책적 의미 등을 분석한다. 금년의 주제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었다. 참고로 2023년 주제는 ‘이주·난민·사회(Migrates, Refugees and Society)’였다.
세계은행이 올해 내놓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보고서는 지난 50년간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 현상을 분석한 결과였다. 세계은행은 2022년 1인당 국민소득(GNI)을 기준으로. 하위 중소득국($1,136~$4,465)과 상위 중소득국($4,466~$13,845)을 합쳐 중진국(middle income country)으로 분류하고 그 이상을 고소득국으로 정의하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에 진입한 후 고소득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어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지난 50년간의 국가들의 경제성장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거의 유일하고 대표적이며,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례가 대한민국이라고 하였다.
중진국 함정을 탈출한 13개국.(세계은행) 이중 식민지를 겪고 현대적 제조업과 수천만 국민의 중형 국가는 대한민국, 대만이 예외적이다.
중진국에서 고소득국으로 성장한 한국 폴란드 칠례의 1인당 국민소득(GNI) 성장 비교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는 3가지 핵심 요소
세계은행은 대한민국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중진국 함정을 탈피, 극복하는 3가지 핵심 요소를 발견하여 3대 핵심전략으로 제시했다. 세계은행이 한국의 성공사례에서 찾은 3대 핵심전략은 투자(Investment), 기술 도입(Infusion), 혁신(Innovation) 이라는 ‘3i 전략’이다.
1i (투자, Investment)
처음 저소득국 단계에서는 경제성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 투자 촉진을 통해 성장을 시작한다. 우리의 경우 성장 초기에는 가발, 쥐 가죽을 수출하고 넘쳐나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와이셔츠 등 봉재 제품 등을 수출하는 데 주력했다. 서독에 광부와 간호원을 내보낸 것도, 한일회담을 서둘러 성사시킨 것도 빈약한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었으며 월남전에 자진 참여한 것도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피의 희생이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대한민국은 고속도로, 항만, 댐 등 사회간접자본과 포항제철 등 국가 기간산업을 건설하여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2i (기술 도입, Infusion)
중진국 단계 이후에는 투자 확대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며, 해외 기술 도입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투자 + 기술 도입 = 2i ). 값싼 노동력에 기초한 경제의 경쟁력은 금방 더 싼 노동력을 가진 국가에 따라잡힌다. 기술도입을 통한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설립했다. 해외 과학자 기술자들을 유치하여 선진 과학기술 도입, 자체 기술개발을 독려했다. 금융시장 개방 및 외국 자본 유치 등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으며(1i ), 중화학 공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여 해외 기술의 도입 및 연구개발(R&D), 교육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제고하였다(2i ). 이 단계는 선진국 따라잡기 중심의 추격경제 단계이다.
3i (혁신, Innovation)
경제는 자원과 자본에 노동을 부가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노동만으로는 경기변동, 기술 및 시장 상황변화,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을 헤쳐나갈 수 없다. 기업가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슘페터라는 경제학자는 기업가의 열망과 리더십이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세계은행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을 언급하면서, 지속적인 생산성 제고와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낡은 제도와 관습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분석하였다(투자 + 기술 도입 + 혁신 = 3i ).
밀가루와 국수를 생산하던 삼성상회가 오늘날 세계 1등 기업 삼성전자로 발전한 것은 창조적 파괴의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삼성이 전자산업에 이어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기업가의 결단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계선도기업 소니를 삼성전자가 따라잡은 데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변화하는 결정적인 기회에 결단한 이병철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한 이건희같은 기업가가 있었다.
그리하여 세계은행은 한국이 3i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1인당 국민소득(GNI)가 1960년 약 $1,200 이하에서 2023년 약 $33,000 수준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성장 슈퍼스타(Super Star)’이며, 한국 경제 발전사는 개도국 정책 입안자의 ‘필독서(required reading)’라고 소개하였다.
1950년대 전후 국가였던 한국은 해외에서 도입한 아이디어에 힘입어 경제 성장을 이뤘고, 현재는 글로벌 기술 최전선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하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한국의 경제사는 일생동안 높은 소득 수준을 달성하고자 하는 모든 중소득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독서’다.
앞으로 대한민국 기적의 과정에 대해 몇 차례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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