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호 역사 영웅 헤라클레스 이야기(下)

23일 전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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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헤라클레스 이야기(下)


글 신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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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는 오이칼리아까지 왔다가 활쏘기 대회에 참가했다. 오이칼리아 왕 에우리토스는 “활쏘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명궁은 딸 이올레와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에우리토스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헤라클레스가 활쏘기 대회에서 우승하자, 그가 미쳐 아내와 자식들을 죽인 사실을 알고 그에게 딸을 넘겨주지 않았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곧 길을 떠났다. 그런데 그즈음 공교롭게도 오이칼리아에서 왕이 아끼는 소 몇 마리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에우리토스 왕은 헤라클레스를 의심했다.


“헤라클레스가 내 소를 훔쳐간 게 틀림없다. 그를 뒤쫓아 가서 소를 찾아오너라.”


에우리토스 왕은 신하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그때 에우리토스 왕의 아들인 이피토스가 앞으로 나섰다.



“헤라클레스는 결백합니다. 절대로 소를 훔쳐갈 사람이 아닙니다.”


이피토스는 헤라클레스의 친구였다. 그는 헤라클레스를 만나고 오겠다며 혼자서 길을 떠났다.


이피토스가 뒤따라오자 헤라클레스가 물었다.


“어째서 나를 만나러 왔지?”


이피토스가 대답했다.


“네가 떠난 뒤에 왕이 아끼는 소 몇 마리가 사라졌어. 아버지는 네가 훔쳐간 줄로 아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디 네가 나서서 도둑들을 잡아 소를 찾아 주었으면 좋겠어.”


헤라클레스는 기분이 나빠졌다.


‘딸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더니, 이제는 나를 도둑으로까지 몰아? 이피토스도 말로는 나를 믿는다고 했지만 나를 도둑으로 의심하는 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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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 헤라클레스는 이피토스와 함께 길을 가다가 그를 성벽에 떨어뜨려 죽여 버렸다.


살인죄를 저지른 헤라클레스는 이피토스의 시체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했지? 공연한 의심을 하여 나를 믿어 주는 친구를 죽이다니…….’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지은 죄를 씻기 위해 델포이로 가서 아폴론 신전의 여자 사제에게 신탁을 물었다. 여자 사제는 헤라클레스에게 죄를 씻을 방법을 알려 주었다.


“3년 동안 노예로 일해야 한다.”


헤라클레스는 신탁에 따라 리디아 트몰로스 왕의 미망인인 옴팔레에게 가서 3년 동안 노예로 일했다. 그래서 속죄를 받아 자유의 몸이 된 헤라클레스는 칼리돈의 공주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했다.


오랜만에 새 가정을 꾸민 그는 아들 힐라스와 딸 마카리아를 낳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기만 했다.


그런데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행복한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다시 저주를 내려 헤라클레스로 하여금 또 사람을 죽이게 만들었다. 그것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다. 실수로 아내의 조카를 팔꿈치로 툭 쳤는데,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 것이다.


살인죄를 저지른 헤라클레스는 칼리돈에서 추방되었다. 그는 아내 데이아네이라와 함께 트라키아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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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일행은 어느 강가에 이르렀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난 데다 물살도 거세었다. 따라서 강을 혼자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반은 사람이고 반은 말인 켄타우로스 족 하나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소스라고 합니다. 강 건너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지요.”


네소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데이아네이라를 등에 업어 강을 건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아내를 네소스에게 맡기고 혼자 헤엄쳐서 먼저 강을 건넜다. 그런데 그때였다.


강 건너편에서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데이아네이라의 아름다움에 반한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를 등에 업고 달아나려 했던 것이다.


깜짝 놀란 헤라클레스는 활을 꺼내 네소스를 향해 독화살을 쏘았다. 독화살은 정확히 네소스의 가슴을 명중시켰다. 네소스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 데이아네이라에게 말했다.


“나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뜻에서 죽기 전에 선물을 드리지요. 내 피를 조금 받아 간직하세요. 내 피는 ‘사랑의 묘약’이기 때문에 당신 남편의 애정이 식었을 때 내 피를 바른 옷을 입히면, 남편의 애정이 돌아와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네소스의 피를 몰래 받아 유리병에 보관했다. 트라키아로 간 헤라클레스는 장수로 인정을 받아 군대를 이끌고 이곳저곳 원정을 떠났다. 그리하여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었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는 오이칼리아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오이칼리아 왕 에우리토스가 자기 아들을 죽인 것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군대를 일으켜 내게 쳐들어오려 한다고? 그렇다면 앉아서 군대를 맞이할 수야 없지.’


헤라클레스는 선수를 쳐서 오이칼리아를 공격했다. 그의 군대는 치열한 전투 끝에 궁전을 점령했고, 에우리토스 왕과 그의 아들들을 죽이고 딸 이올레를 사로잡아 트라키아로 돌아왔다.


데이아네이라는 아름다운 이올레를 보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올레는 남편이 활쏘기 대회에서 우승할 때 결혼하기로 했던 여자라지? 나에 대한 애정이 식어 그 여자에게 남편의 애정이 기울면 어쩌지?’


그때 문득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가 남겨준 ‘사랑의 묘약’이라는 그의 피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는 헤라클레스의 속옷에 네소스의 피를 발라 두었다.


집에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목욕을 하고 데이아네이라가 내준 속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순간, 그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다. 그의 독화살에 맞아 네소스의 피에 섞여 있던 히드라의 독이 헤라클레스의 온몸으로 퍼져 갔던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속옷을 벗으려 했지만, 속옷이 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강제로 속옷을 잡아당기자 오히려 살점이 뚝 떨어져 나갔다.


곁에서 지켜보던 데이아네이라는 그제야 네소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내가 어리석었어. 남편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데이아네이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격렬한 통증에 시달리던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웠음을 깨달았다. 그는 불에 타 죽기로 결심하고 올림포스 산 꼭대기에 장작더미를 쌓아 불을 피웠다. 그러고는 그 위에 몸을 던졌다.


헤라클레스의 죽음은 헤라의 복수와 저주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온몸이 불에 타기 전에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올림포스로 가서 신이 되었다. 아버지인 제우스가 아들의 죽음이 안타까워 벌인 일이었다.


헤라클레스를 괴롭히던 헤라도 올림포스에서 그에 대한 노여움을 풀었다. 마침내 그를 아들로 받아들여 자기 딸인 청춘의 여신 헤베와 결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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