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호 인물 ‘색동’의 멋에 물들다

2024.01.07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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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의 멋에 물들다 


글·사진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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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고운 빛깔의 꼬까옷. 동요 <꼬까신>에도 등장하는 ‘꼬까’는 알록달록하게 곱게 만든 아이의 옷이나 신발 등을 이르는 말이다. 아이의 무병장수를 바라며 돌이나 명절에 주로 지어 입혔던 오방색의 색동옷인 꼬까옷.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명절이나 돌이 되면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세월이 흘러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색동옷을 만나기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색동에 얽힌 이야기와 의미는 우리 문화 속에 깊이 내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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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색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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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색동박물관 1층 제2전시실, 뮤지엄샵



색동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곳이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든 혼례복과 돌복을 비롯한 색동 관련 유물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는 한국색동박물관이다. 창덕궁과 종로3가역 사이에 위치한 한국색동박물관은 색동연구가 김옥현 선생의 30여 년 간의 색동에 관한 연구와 그동안의 유물 수집을 바탕으로 2014년 3월 5일 갤러리로 개관, 이듬해인 2015년 5월 박물관으로 승인이 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전통한옥 양식과 현대적인 공간이 잘 어우러진 이곳은 한국의 음양오행·상생소멸의 철학이 있는 색동의 의미를 담아 건물명도 ‘한국색동박물관’이라 지었다. 색동 관련 유물 1000여 점을 비롯해 다양한 색동유물전시를 기획, 연구, 교육하고 있다. 박물관은 2017년 서울시 우수한옥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하 1층과 지상 1, 2층을 잘 활용해 ‘색동’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체험해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엄마와 딸, 색동을 이야기하다

동덕여대 예술대학 명예교수이자 한국색동박물관 고문인 김옥현 색동연구가와 한국색동박물관 양지나 관장은 모녀 사이다.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양지나 관장은 의상디자이너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인재로 현재 신구대학교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런 그가 어머니 김옥현 교수와 함께 색동박물관을 만들었다. 한국의 색동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서로 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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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나 관장은 “어머니께서 교수로 재직하실 때부터 색동으로 작업을 오래 해오셨고, 색동연구가로 30년 동안 작업하시면서 소장품도 많이 수집하셨다”면서 “은퇴하시면서 작업실 겸 갤러리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공간을 ‘색동’을 알리기 위한 박물관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관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한국색동박물관은 김옥현 색동연구가의 소장품과 기증품이 모여 박물관으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양 관장은 “색동이 음양오행의 철학을 가진 한국 전통 고유의 아름다운 문양과 색채의 옷감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색동 유물 관련 전시를 기획해 대중들이 색동에 담긴 의미와 다양한 쓰임에 대해 인식하고 자부심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 아트샵의 현대 색동 패션, 문화상품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국제화 시대에 맞는 세계적 색동 명품 디자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동안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 예약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색동’을 알려온 박물관은 2024년 새해부터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토요일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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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색동박물관 양지나 관장(왼쪽)과 색동연구가 김옥현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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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색동박물관 1층 제2전시실, 뮤지엄샵



이와 관련 양지나 관장은 지난 10년이 국내에 ‘색동’을 알리는 데 주력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해외에 한국의 ‘색동’을 알리는 데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 운영시간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초·중등학교 교육을 비롯해 서울시 및 종로구 사업 등 정부 관련 사업과 전시회를 통해 박물관을 알려왔다면, 이제는 종로라는 공간에 머물러 있기보다 ‘찾아가는 박물관’과 해외 박물관과의 교류를 통한 해외 전시 등에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색동박물관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제1전시실(색동유물관련 전시), 색동패션디자인과 현대화한 색동디자인제품이 전시된 제2전시실 및 뮤지엄샵이 지상 1층에 마련돼 있으며, 지상 2층 제3전시실은 사무실 겸 색동 자료와 다양한 장신구 및 한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색동, 무병장수를 기원하다

색동은 한자 빛 ‘색(色)’과 짤막하게 잘라진 조각을 말하는 순우리말 ‘동강’의 합성어로 조각난 천을 여러 색 층으로 이어지게 연결해 만든 줄무늬 또는 그런 옷감을 뜻한다.


색동옷이 고려시대부터 만들어졌으며 여인들이 비단 조각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이어서 만든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으나 그 기원은 훨씬 이전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삼국시대 고구려 수산리 벽화와 덕흥리 벽화의 귀부인 치마에 사용된 색동의 모습을 통해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벽화 속 색동의 모습을 따져 올라가면 색동의 역사는 약 1700년 전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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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옷이 정확하게 언제 유래했는지를 알려주는 문헌이나 구체적인 유물자료는 없지만 오늘날 같은 색동이 완성된 것은 대략적으로 ‘음양오행설’이 보급된 이후로 여겨진다. 색동은 어린이옷에 즐겨 썼는데 이는 악귀를 쫓아 제액을 물리쳐서 어린이의 건강을 도모하고자 했던 벽사적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아기의 첫돌에 음양의 색을 ‘두루’ 갖춘 색동옷을 입혔으며, 어린이들에게는 명절이나 즐거운 날 다복을 바라며 색동옷을 입혔다. 이외에도 색동을 예복, 혼례복, 무용복, 명절복과 보자기, 주머니, 장신구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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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나 관장은 “우리 선조들은 음양오행의 철학을 가진 것이라고 해서 예부터 오방색을 많이 썼어요. 이러한 사상은 우리나라 의식주에 묻어나 있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색동’”이라며 “한복에서는 백의민족이라고 해서 흰색을 선호했다고 하지만 화려한 오방색 옷을 입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 첫돌에 많이 해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시대 말에는 바람개비·꽃·수복(壽福) 문자 등 색동에 문양을 넣어 더욱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색동연구가 김옥현 명예교수는 “현대에 와서 채소도 오방색으로 골고루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하는 것처럼 이미 우리 선조들은 오방색을 옷이나 구절판, 신선로, 오방색떡과 같은 음식 등에 조화롭게 넣으면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산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애들이 돌이 되면 집안에 큰잔치를 벌이고 색동옷을 해 입혔어요. 오방색을 ‘두루’ 즉 골고루 갖춰 옷을 해 입히면 무병장수한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색동은 음양오행의 철학이 있는 옷감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알려지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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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유물전시관이자 색동체험교육장인 제3전시실&교육체험장



색동, 음양오행을 입다

‘색동’에는 음양오행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은 음양설과 오행설을 함께 묶어부르는 말로 우주나 인간의 분리된 모든 현상이 음(陰)과 양(陽)의 쌍으로 나타나며, 이들은 대립적이지만 또한 상보적이라는 데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음(陰)과 양(陽)이 확장하고 수축함에 따라 우주의 운행이 결정된다는 것이며, 음과 양이 네 가지 기운(생로병사)에 따라 확장·수축함으로써 다섯가지 오행이 나타난다는 것이 오행설이다.


오행설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가지가 음양의 원리에 따라 행함으로써 우주의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오행을 생성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상은 동양 삼국 즉 한국·중국·일본의 사상과 이론의 중심이 됐으며 현재까지 생활의 여러 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오행에는 오색이 따르고 방위가 따른다. 오행을 색으로 나타내면 목(木)은 청(靑), 화(火)는 적(赤), 토(土)는 황(黃), 금(金)은 백(白), 수(水)는 흑(黑)이 되고, 방향으로 나타내면 동(東)은 청, 서(西)는 백, 남(南)은 적, 북(北)은 흑, 중앙(中央)은 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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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유물 상설전시관인 제1전시실


 

더불어 동양에서는 색이 지닌 의미나 상징성, 나아가 그것이 인간에게 주는 인상을 중요시했는데 이 밑바탕에는 동양 특유의 자연주의 사상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 동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음양오행 사상이 그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색을 배색할 때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 오방색 상호간의 관련 또는 상극·상생을 따져 색의 상징적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어린아이들이 주로 입었던 색동저고리다. 특히 청(靑)은 오행 가운데 목(木)에 해당하며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으로 귀신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색으로 쓰였는데, 이러한 이유로 나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해 돌이나 명절에 어린아이에게 색동저고리를 입혔다.


색동은 기본적으로 청·적·황·백·흑의 오행색을 중심으로 배열한다. 배색할 때도 상생을 택하고 상극은 가급적 피했다. 이러한 원리로 색동의 색채 배합이 이루어진 옷이 ‘오방장두루마기’이며, 패물에 있어서는 오방랑(五方囊)이 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오색을 상서로움의 극치로 여겼다. 오색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잡귀가 근접하지 못한다고 믿었으며, 오색에 대한 이런 관념은 집의 단청에도 적용됐다. 또한 고려로부터 조선에 이르는 동안 왕비로부터 일반인에게 이르기까지 혼례복으로 착용해 온 ‘활옷’의 색도 오행의 색에 뜻을 두었으며, 남녀를 남색, 홍색으로 해 혼례식에서는 청실·홍실이 혼인을 뜻하는 것으로 일반화 됐다.


전통 시대에 있어 색은 권위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임금의 복색을 오방의 중앙을 상징하는 황색으로 한 것이나 백관들의 경우 신분과 계급의 차이에 따라 복색을 달리한 것 등에서도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보았을 때 색을 사용함에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기보다는 대자연과 음양의 원리를 고려해 색을 취하고 활용하면서 그 색의 의미와 상징성을 되새겼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색동박물관은 2022 사립 박물관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업에 선정돼 한국 색동 문화와 철학을 널리 알리고 즐길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 ‘The color of KOREA’ 4편을 제작하는 등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색동’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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