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인물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展 조혜영 큐레이터

2022.03.30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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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展 조혜영 큐레이터 

“지역 문화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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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 사진 박준성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 통영. 화려한 한려수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예로부터 수산업이 발달한 해상교통의 중심지였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통영은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는 대표적인 관광 도시가 됐다. 


특히 통영에 속해 있는 무수한 섬들은 통영이 가진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로 푸른빛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해양관광에 있어 엄청난 자원이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텔링까지 갖고 있어 지금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갖고 있다.


그리고 통영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소설가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시인 유치환·김춘수 등이 통영을 거쳐 갔으며 나전칠기, 옻칠 등 전통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문화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통영이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 이달 18일부터 시작되는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그것이다. 오는 5월 8일까지 진행되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통영이 갖고 있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 최초로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고 전통과 현대를 연결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주제전 <TAKE YOUR TIME>과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을 공동 기획한 조혜영 큐레이터를 만나 통영이 가진 아름다움과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서울에서 먼저 진행된 공예특별전 <수작수작(手作秀作)>이 열리는 KCDF갤러리에서 만난 조 큐레이터는 전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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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이 지난 2월 서울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진행된 가운데 전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조혜영 큐레이터.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프리뷰 <수작수작>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 앞서 열렸던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은 지난 2월 서울에서 진행됐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제목에 대해 조 큐레이터는 “‘12공방’이라는 말을 또 사용하자니 식상할 것 같았다”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공예 전문가들이 ‘수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의미도 담겼다. “그리고 어감도 중요했어요. 살짝 수상한 느낌과 위트를 가미하고 싶었어요.”


위트를 가미한 타이틀 <수작수작>

조선시대 ‘12공방’ 체계 알 수 있어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앞서 서울서 진행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는 12공방은 통영(과거 통제영)에 있던 공방 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군수품이나 조정으로 가는 진공품(진귀한 공물), 중국으로 가는 사신의 헌상품 등을 만드는 분업체제가 있었고 통영에는 12개의 공방이 존재했다. 부채를 만드는 선자방, 갓을 만드는 입자방, 말총으로 망건·탕건 등을 만드는 총방, 가구를 만드는 소목방 등이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으니 1층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영상이었다.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큰 화면에 보이는 영상은 통영 전통  ‘연’을 소재로 한 양숙현과 YEONO(여노) 작가의 <The signal: night<<day>였다. 마치 연이 날아다니는 형상과 함께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영상미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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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에 출품된 정다혜 작가의 <말총-빗살무늬>.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공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전시는 갤러리 2~3층에 이어 꾸며졌다. 2층에서는 12공방을 만드는 도구들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했다. 그리고 이 도구들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 큐레이터는 “여기 있는 모든 컬렉션은 통영 시립박물관에서 가져왔다. 사실 현재 장인들이 여러 어려움으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층에는 전통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구성돼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하나의 ‘삶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말총을 활용해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공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다혜 작가의 <말총-빗살무늬> 작품이다. 


조 큐레이터는 이번 공예전시를 통해 “공예라고 하면 할머니가 보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상생활에 보면 항상 함께하고 있다”면서 “전통 공예의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상황이 마치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우리의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졌다는 그다. 조 큐레이터는 “임진왜란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전쟁을 위한 해로(海路)와 육로(陸路)의 유통망이 발달하고 통제령 가운데 장인들이 성장한 것이 보였다”며 “지금은 보통 공예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1인 기업으로 운영을 하는데 그들에게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런 식으로 배워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제공하고 싶었고 대중들에게는 우리의 전통이 갖고 있는 훌륭한 역사와 뿌리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진행됐던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은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기간 동안 통영시립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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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이 지난 2월 서울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진행됐다.



문화의 씨앗이 틔워지길

이번 3월 18일부터 진행되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통영; 섬·바람[THE SEA, THE SEEDS]>라는 주제로 통영시 일대에서 열린다. 조 큐레이터는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과 함께 주제전과 공예특별전 기획을 맡았다. 그는 “통영이 갖고 있는 자연적 자원이 너무 많아 그릇에 담고 문화적으로 푸는 것이 큐레이터로서 숙제였다”며 “지역에 있는 원천들을 최대한 발휘해서 이 첫 번째 축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통영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정말 황홀감이 느껴졌다. 통영의 아름다움과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등 통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그는 섬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이 느낀 이 아름다움을 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며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문화적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고등학생, 고등학생이 성인이 되는 동안 이번 행사가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이를 계기로 언젠가는 그들 스스로가 통영에서 개최되는 트리엔날레에 관심을 갖고 통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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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주제전 <TAKE YOUR TIME>과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에 공동 기획으로 참여한 조혜영 큐레이터.



이어 “지금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연령대가 높아 이 기술을 전수 받을 젊은 피가 시급하다”면서 “이번 트리엔날레로 대중들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네 것

을 지켜온 장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3월 개막

“장인들에게 관심 갖는 계기 됐으면”

“국현에 갈 정도로 빵빵한 라인업”


큐레이터의 눈으로 바라본 통영은 조금의 변화와 도움만 있으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서는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이미 통영은 국제음악축제를 열 정도로 문화적 관심이 많은 곳”이라며 “이제 공예를 담는 그릇도 생겼으니 트리엔날레를 찾은 분들이 더욱 기름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트리엔날레를 향한 애정 어린 말도 놓치지 않았다. 조 큐레이터는 “이번 라인업은 정말 ‘빵빵’하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도 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이번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 나온 작품들은 공예·회화·미디어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하고 알차게 구성됐다.


<TAKE YOUR TIME> 

특히 주제전 <TAKE YOUR TIME(테이크 유어 타임)>은 ‘체험’ 자체가 전시가 되도록 구성했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시간’을 중심으로 한 전시다. 조 큐레이터는 “Take your time에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천천히 가도 돼’ ‘시간은 너의 것이야’ ‘뛰지 말고 걸어도 돼’ 등 예전에는 시간을 공예적으로 담았다면 현재에는 디지털화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들을, 미래에는 뇌의 파동을 일으켜 NFT까지 가는 모습을, 즉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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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특별전 <수작수작>에 전시된 초정 김상옥, 김봉룡의 <시화 병풍>. 글과 그림은 김상옥 선생이 쓰고 그

렸으며 병풍은 김봉룡 선생이 제작했다.



또 그는 “주제전의 동선이 매우 잘 짜였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스토리텔링까지 담았다”며 “공동 기획을 맡은 다니엘은 전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관람할 때 핸드폰을 반납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잘 기획된 전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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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주제전 

<TAKE YOUR TIME> 포스터


또 그는 “주제전의 동선이 매우 잘 짜였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스토리텔링까지 담았다”며 “공동 기획을 맡은 다니엘은 전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관람할 때 핸드폰을 반납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잘 기획된 전시”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주제전에 출품되는 작품들과 작가 라인업은 그야말로 ‘빵빵’하다. 코딩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터키의 메모 악텐(Memo Akten) 작가의 영상,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국내 작가로는 CF 감독으로 유명한 이지송 작가의 <BREATH> 영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 마지막에 있는 모리스 베나윤의 <VoV(VALUE of VALUES)>는 뉴로디자인 아트 작품으로 의자에 앉은 관람객이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한 다니엘 카펠리앙과의 호흡에 대해 조 큐레이터는 “원래 친구였다. 문화계에서 서로 존경하면서 지내는 관계였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며 “다만 한국에 11년을 살았지만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전통을 다룬다면 다니엘은 현대적인 것을 다뤄서 그런 부분을 서로 공유하면서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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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주제전 <TAKE YOUR TIME>에 출품된 모리스 베나윤의 <VoV(VALUE of VALUES)>


사실 이와 같은 경험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의미 있는 이유다. 조 큐레이터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1년 가까이 통영에서 지내는 동안 이곳이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과 장점을 가진 도시인지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시 등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역 문화가 많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기회 삼아 내수 시장의 기반을 닦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문화 콘텐츠는 역사와 전통이 있기에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좋은 아이템을 활용해 지역 문화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2일간 진행되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을 비롯해 전혁림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혁림 특별전>, 통영옻칠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김성수 옻칠 역사 70년> 등이 있으며 통영의 가장 큰 매력인 섬과 섬을 연계한 <한산도> <사량도> <연화도> 등이 준비돼 있어 누구나 트리엔날레를 즐길 수 있다.


또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섬과 섬의 연결뿐 아니라 옛 조선소나 폐 배양장 등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해 공간재생형 행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주제전 <TAKE YOUR TIME>은 옛 신아sb조선소 연구동에서 열려 시선을 끈다.


이외에도 통영의 서피랑 골목골목에서 지역 예술가와 주민, 상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통영관악합주단과 갈랑앙상블이 함께하는 관현악과 전자악기,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융복합 공연도 준비돼 있어 기대를 모은다.


촬영 장소 협찬_ KCDF갤러리 아카이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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