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인물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 ‘덕이 있는 술’ 막걸리에는

2021.10.0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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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 

‘덕이 있는 술’ 막걸리에는 

우리의 전통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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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예진 사진제공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

 
최근 전통주 막걸리를 찾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홈술(집에서 술을 마심)족’이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술에 눈을 돌리고 있고 그 중에서도 전통주의 대표로 꼽히던 ‘막걸리’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는 소식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막걸리 빚기’는 여러 관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다는 점,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막걸리 관련 기록이 확인되는 점, 식품영양학·민속학·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술연구 자료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농요·속담·문학작품 등 막걸리 관련 문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전국에 분포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의 각 지역별 특색이 뚜렷한 점, 현재에도 생산 주체와 연구 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해 막걸리를 빚는 전통지식이 전승·유지되는 점 또한 인정을 받은 부분 중에 하나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막걸리 빚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도록 노력한 이가 있으니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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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막걸리 해외 마케팅을 위해 베트남 기자들 앞에서 막걸리를 홍보하는 모습




택견에서 시작된 전통에 대한 관심

남도희 사무국장은 지난 2014년부터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막걸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순전히 협회의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직업적인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다만 젊은 시절 택견을 수련하면서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었다.


그는 중3 때부터 택견을 수련하면서 체육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력의 소유자다. 택견은 그가 수련하기 전인 1983년에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등록됐다. 남 사무국장은 택견을 이수 받은 후 택견이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등재되는 것을 함께 돕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막걸리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역시 문화재 등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막걸리로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해 “좋은 분을 만나면서”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택견 때부터 막걸리에 관심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택견이랑 막걸리가 굉장히 잘 어울려요. 택견 공연 같은 것을 할 때 막걸리 마시면서 흥취를 느끼면서 했었으니까. 또 택견을 통해 자연스레 전통 문화를 접하고 있다 보니 소주나 맥주 보다 막걸리에 관심이 갔었어요.”


택견에서 막걸리까지. 자연스럽게 접한 전통 문화는 그의 발자취와 항상 함께하고 있었다. 그는 “성장하는 동안 주변에 있는 분들 대부분이 전통 문화 쪽의 일을 하셨다”며 “막걸리 역시 전통 문화라는 매개체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택견 이수자로 있으면서 택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하는 경험으로 이번 막걸리 빚기 역시 자신의 노하우를 섞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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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한 후원 약정식(오른쪽 두 번째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



어려서부터 전통문화에 관심

막걸리, 유일하게 ‘덕’이 있어

서민들이 즐겨 마신 ‘노동주



덕이 있는 술

막걸리는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한 민족의 술이었다. 특히 서민들이 일하면서 즐겨 마시는 ‘노동주’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남 사무국장은 “막걸리는 한글로 표기된 우리나라의 주류 중 하나이면서 역사, 문화, 사회관습 등에 녹아들어 생활 문화로 이어져왔다”며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집에서 술을 담그는 가양주 문화 및 주막 같은 상업적 문화로 이어졌고, 농경사회에서는 농민주로, 근대사회에서는 서민주로, 현대는 전통주이자 새로운 전통을 이끌어내는 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덕(德)이 있는 유일한 술”이라고 소개했다. 예로부터 막걸리는 5덕이 있는 술로 전해진다.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이며,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이다.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이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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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대한민국 막걸리 페스티벌 개막식.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거기다 막걸리는 쌀을 향유하는 문화권에서 유일하게 대중적으로 마시는 탁주다. 우리나라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쌀로 만든 탁주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막걸리처럼 대중적으로 상업화되어 있지 않다. 남 사무국장은 “오랜 시간동안 지역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막걸리는 그 지역의 특색과 정체성을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제안으로 지정된 첫 문화재

그렇다면 막걸리 빚기는 어떻게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이 된 것일까. 이 막걸리 빚기는 간단하게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을 사용해 제조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된 ‘막걸리 빚기’는 단순히 제조 과정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고 남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막걸리 빚기는 벼농사 시작과 함께 음용·제례·상업 등을 위한 제조로 발전된 한국의 전통적인 술 제조 행위로 볼 수 있다”며 “거기다 근래까지 이어졌던 우리나라의 ‘반주(飯酒)’ 문화와 천렵(川獵, 무더운 여름에 즐기는 물놀이) 문화, 농민의 새참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막걸리 빚기를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되도록 힘을 쓴 막걸리협회는 2013년 9월에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에서 승인을 받은 단체로 현재는 막걸리 제조자 중심으로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협회는 막걸리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한 홍보및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남 사무국장은 택견 때의 경험을 이곳에서 십분 발휘했다. 그는 “택견협회에서도 사무총장 일을 했다 보니 지금 협회에서의 일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면서 “협회의 소정의 목적인 국가문화재 추진 역시 경험이 있다 보니까 실행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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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빚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기념식(출처: 문화재청)



막걸리 빚기, 공모전에서 시작

택견협회 때 경험 되살려 진행

6월 15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거기에 마침 지난 2019년 문화재청에서 ‘숨은 문화유산 발굴 계획 공고- 국가무형문화재 신규종목 발굴을 위한 국민공모전’을 진행했다. 이에 막걸리협회와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가 함께 공모를 하면서 국가무형문화재를 향한 막걸리 빚기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2019년부터 시작된 심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위원회에서 지난 6월 15일에 발표하면서 완료가 됐다. 국민이 제안해 문화재로 지정된 첫 사례였다. 남 사무국장은 이 과정에서 “단지 사무국장으로써의 직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막걸리 빚기를 알리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일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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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막걸리 페스티벌(구 전국막걸리 페스티벌)



다음 세대가 즐기는 문화

코로나19로 최근 홈술족(집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양한 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연스레 막걸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남도희 사무국장은 “전통 문화도 K-pop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세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대에 맞는 변화 발전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막걸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미래 세대가 더욱 막걸리를 찾을 수 있도록 발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거기다 앞으로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태까지 막걸리를 알리기 위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막걸리 페스티벌 등을 통해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도록 노력했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조금 힘든 상황에 있지만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된 만큼 더욱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술을 온 가족이 즐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는 막걸리가 단순히 마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도 좋고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술지게미 역시 몸에 건강한 성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막걸리 페스티벌을 기획할 때 막걸리로 물총을 쏘면서 아이들도 즐긴다던지 막걸리를 활용한 마스크 팩이나 족욕 등을 통해 건강한 막걸리를 홍보했다”면서 “옛날에는 집안 어른들에게 술을 배우면서 건강한 음주문화가 있었다. 술을 나쁜 쪽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로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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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막걸리 페스티벌(구 전국막걸리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서울시와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막걸리 빚기 교육체험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막걸리 빚기를 젊은 세대에 알리고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면서 주변 외국 대사관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교육·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전국적으로는 ‘찾아가는 양조장’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 문화관광 정보센터’를 만들 예정이다.“독일의 옥토버페스트를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것처럼 막걸리를 알리고 즐길 수 있는 ‘한국 대표 전통주 축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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