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인물 집수리 명인 김용범 집수리마사장TV 대표

2023.08.2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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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 명인 김용범 집수리마사장TV 대표 

“희망을 선물하다 사람을 살리다”


집이나 건물이 오래되거나 장기간 비어 있으면 이곳저곳 손볼 곳이 많아진다. 살면서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겨울이면 수도관이 동파되기도 하고, 누수가 생겨 본의 아니게 아랫집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집에서 발생하는 기능적·설비적인 문제 중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문가의 손길이 절실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사람이 바로 집수리 전문가다. 뒤틀려 닫히지 않는 방문부터 한 채의 집을 두 집으로 만드는 일까지 ‘집’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척척’ 해결하는 집수리 명인 김용범 집수리마사장TV 대표를 만나 집수리에 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글 백은영 사진 장수경, 집수리마사장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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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천년희망프로젝트 제11회 대한민국 도전페스티벌에서 명인상(집수리 명인)을 수상한 김용범 집수리마사장TV 대표(가운데).



천직이 된 종합집수리

지난 7월 6일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도전한국인본부 주최 2023 대한민국 천년희망프로젝트 ‘제11회 대한민국 도전페스티벌’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김용범 대표도 명인상(집수리 명인)을 수상하며, 그동안 집수리 기술로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꿈과 희망을 안긴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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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인인증서



김 대표는 “제가 이 상을 받았을 때 든 생각이 ‘이제 우리나라도 집수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구나’라는 거였다”며 “이 상은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모든 집수리 기술자들을 전문가로 인정하는 상징이자, 이들을 대표해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 대표가 집수리를 시작한 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집수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다. 어깨 너머로 배우거나, 직접 부딪치고 연습해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음식점, 카페, PC방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PC방 컴퓨터를 새로 교체할 즈음에 과감하게 가게를 접고 연평도로 가서 공사판에 뛰어들었죠.”

가족과 떨어져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다 보니 힘은 들었지만 장사나 사무적인 일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 다른 사람 밑에서 일도 해보고, 어깨 너머로도 배우고, 건축과 관련된 공부도 열심히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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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집수리에 대해 설명하는 김용범 대표의 표정에서도 일을 향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김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손으로는 공부를, 한손으로는 일을”하며 기술을 늘려갔고, 최종적으로 ‘종합집수리’라는 것을 선택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집수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기술적으로 일은 할 줄 아는데 시장에 형성된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해 거의 ‘무료’ 수준으로 일을 진행하거나 돈을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5년 정도를 ‘봉사’ 수준으로 일을 하고 나서야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김 대표는 그 시간들조차 “배우고 투자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해도 도전하고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는 그의 사전에는 ‘좌절’이라는 단어가 없다. 과거 철거 회사에서 일했을 때도 아래에서부터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팀장급까지 올랐을 만큼 주어진 일에는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다.


“생각을 밝게 가져야 해요.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면 트라우마가 생기죠. 긍정적인 마인드로,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일하다 보면 같은 무게여도 가볍게 느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김 대표는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자신에게 떳떳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한 사람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면 1년이면 365명의 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안에 생긴 골칫거리가 해결됐을 때 고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처럼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 없다는 그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튜브 통해 기술 노하우 공개

김 대표는 3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집수리마사장TV’를 통해 작업하는 모습과 함께 기술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수도를 고치고, 페인트칠하고, 문도 고치고 하는 오리지널 종합집수리로는 처음으로 유튜브에 공개된 것이다. 게다가 집수리 기술까지 공개하니, 그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2년 전쯤 심장질환으로 큰 고비를 넘긴 적이 있어요. 죽다 살아난 거죠. 다시 살아난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살자고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기술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죠.”


건축이나 인테리어와 같은 학과는 있지만 집수리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아카데미 과정으로 집수리를 가르치는 곳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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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표가 제자들에게 작업했던 영상을 보여주며 종합집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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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 작업 현장 모습. 김용범 대표의 손길이 닿으면 오래된 집도 새집으로 다시 태어난다.



김 대표 역시 이 기술들을 익히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들을 밟아 왔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도제식 교육을 통해 무료로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대학 못지않은 수준의 집수리를 가르친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집념만 있으면 누구든 도전해서 기술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죠.”

그가 자비를 들여 숙식까지 제공하며 기술을 전수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이 기술을 통해 살아갈 희망이 생기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제자들 또한 나누는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다만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일단 55세 이하로 담배는 피지 않고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다. 또한 교육비를 받지 않는 대신 김 대표가 운영하는 ‘집수리 클럽’에 약간의 금액을 기부해야 한다. 이 기부금은 공용재산으로 추후 집수리 클럽의 복지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교육은 기본 3개월, 길게는 6개월이면 창업해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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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표와 최미연 대표는 각각 도전월드봉사단중앙회의 인천 미추홀구 지회장과 인천시 봉사분과 위원장으로 위촉받

아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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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유튜브에 작업 영상을 올리면서 집수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작업에 대한 평가 등 좋은 댓글들을 통해 자긍심도 더 높아졌다.


“‘집수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말을 고객들에게 3번 이상 들었던 것 같아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만큼 골칫거리였던 것을 해결해주니 정말 살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것이죠.”


김 대표의 집수리 작업 및 노하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은 그의 아내이자 노루페인트 마고도장 최미연 대표의 몫이다. 집수리 작업량이 많을 때는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최 대표도 팔을 걷어붙인다. 평소에도 함께 작업하고 돌아와 힘들 법도 한데, 찍어온 동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일을 쉬지 않는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편씩 올렸던 것을 지금은 한 편으로 줄였지만 작업량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최 대표가 찍은 영상 속 김 대표는 항상 웃는 표정이다. 작업을 설명하는 과정도 힘이 넘치고 재치가 있다. 일이 재미있다며, 집수리를 천직으로 생각한다는 김 대표의 진심이 표정 하나하나에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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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마사장TV 사무실 앞에서 대한민국 명인인증서를 들고 있는 김용범 대표와 최미연 마고도장 대표의 모습.


 

종합집수리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도 있어야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도배나 페인트 등 어느 한 분야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10~15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종합기술자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종합이라고 하면 절대적으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해요. 재능도 있어야지만 끈기와 노력, 집념 그리고 여기에 정직도 바탕이 돼야 하죠.”


김 대표는 종합집수리 기술자로 일하면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을 최고의 재산으로 꼽는다. 오랫동안 일해 왔으니 혹 잘못한 것이 있다면 유튜브가 공개됐을 때 이미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잡음이 없는 것 또한 오랜 세월 공정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한다. 이번에 집수리 명인으로서 명인상을 수상한 것도 그동안 정직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이번 수상이 대한민국에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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