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인물 황칠예술가 ‘MN2P’를 만나다 대한민국 ‘황칠’ 세계화를 위한 이유있는 융합

2023.12.24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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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예술가 ‘MN2P’를 만나다

대한민국 ‘황칠’ 세계화를 위한

이유있는 융합 


글 백은영 사진 이태교, MN2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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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MN2P 공동대표 김민교(왼쪽) 작가와 류오현 작가



오후 햇살을 받은 호수의 잔물결처럼, 가을날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황금빛.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자연이 준 선물. 바로 황칠(黃漆)이다.


황칠의 원료를 얻을 수 있는 황칠나무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보장왕 4(645)년조에 등장한다. 이를 기준으로 해도 우리나라 ‘황칠’에 대한 역사는 무려 1400년 가까이 된다.


황제의 색으로 불리는 ‘황금빛’을 내는 황칠은 황제와 임금, 귀족들 사이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그 빛깔이 곱고 화려해 고대 중국이 탐내던 것이기도 했다.


황칠나무는 고대 백제 서남해안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생했으며, 한국은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품질 좋은 황칠 생산의 중심지였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안타깝게도 그 맥이 끊기고 만다. 그렇게 2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선조들의 장인 정신을 이어받은 지금의 몇몇 황칠 장인들에 의해 그 찬란한 황금빛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그리고 지금 여기, 황칠의 세계화를 위해 의기투합한 두 작가가 있으니 바로 MN2P 대표인 황칠예술가 김민교 작가와 류오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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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된 ‘2023년 컨템퍼러리 이스탄불 아트페어’에 전시된 MN2P의 작품들



황칠로 하나되다

MN2P는 20년 넘게 한국화를 그려온 화가 지현(志峴) 김민교 작가와 30여년 경력의 목공예가이자 옻칠·황칠 연구가인 소명 류오현 작가가 한국의 ‘황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든 일종의 ‘그룹(group)’이다. K-POP의 세계화를 이끄는 가수들이 그룹을 이뤄 활동하듯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작가들도 서로 연합하고 융합해 하나의 그룹으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탄생한 한국 최초의 ‘그룹작가’이자 MN2P 자체가 하나의 작가인 셈이다. 이름 MN2P는 황칠예술가인 김민교 작가의 애칭 MK의 M, 황칠예술가 류오현 작가의 애칭 나비(Nobby)의 N, Power Plant의 2P를 가져와서 만들어졌다.


“회화가 주류이고 나전, 옻칠, 황칠이 따로 놀던 시기, MN2P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회화인 한국화와 나전과 옻칠 그리고 황칠의 새로운 융합이자 과거와 현대와 미래 예술의 통합을 이뤄냈다.”


이 두 작가가 MN2P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는 MN2P로 세계유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제18회 컨템퍼러리 이스탄불(Contemporary Istanbul, CI) 아트페어에 참여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당시 한국에서는 한국작가 11명이 출품한 ab갤러리가 유일하게 연속 참여해 한국 현대미술의 성과를 전세계에 알렸는데, 그중에서도 김민교 작가와 류오현 작가가 MN2P로 함께 출품한 작품이 컬렉터들의 눈길을 끌었다. 단연 세계무대의 성공적인 데뷔였다.


세계에 ‘K-전통황칠예술’의 태동을 알린 MN2P. 두 작가가 하나가 돼 작품의 기획부터 제작, 전시까지 MN2P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모험이자, 한국 미술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문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MN2P는 말한다. “길이 없어서, 길을 만들었다”고 말이다. 이는 전통황칠의 세계화를 위해 MN2P가 선택한 길의 여정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말이다. 작가 개인으로서의 명예나 욕심은 내려놓고 오직 ‘K-전통황칠예술’을 알리기 위해 하나가 된 두 작가를 ‘한국 황칠예술의 선구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우리의 것, 내 것이 기반이 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어요. 우리 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정신을 가지고 서양의 것을 결합했을 때 그것이 더욱 빛난다고 생각해요.”


MN2P가 우리나라 전통황칠의 세계화를 꿈꾸는 것도 이와 같은 생각이 바탕이 됐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법고창신(法古創新)’과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의미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 MN2P의 이러한 가치관을 잘 나타낸다.


두 작가는 “‘K-전통황칠예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전통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 시장에 맞게 작품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옛것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날마다 새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만 우리의 우수한 문화 중 하나인 전통황칠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대에도 그 명맥이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선조들이 굉장히 지혜로웠어요. 그것을 다시 발견하고 찾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봐요.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요.”


지난 200년간 끊겼던 전통황칠을 다시금 이어간다는 것, 그것도 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황칠 도료를 확보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아름드리 황칠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진액은 한정적이었다. 황칠의 도료가 되는 진액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이를 법제·정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에 류오현 작가는 황칠에 대한 법제·정제 기술 개발에 10여년의 세월을 투자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오랜 연구 끝에 황칠 도료 개발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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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White Pine Tree)>. 49×69㎝

<백송>은 우리 민족의 변함없는 정신과 영혼의 상징을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불의 기운을 다루는 황칠, 물의 수분을 다루는 옻칠,

유색 안료인 무기광물질의 흙을 다루는 일로 5원소들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제18회 이스탄불 아트페어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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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Plum Blossom)>, 71×127㎝

200년 전 수많은 전쟁으로 황칠기술자가 기술을 보존하지 못하고 후대로 이어주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러한 황칠을 10여년 간의 연구와 개발 끝에 최근 황칠도료(페인트) 개발에 성공했다. 

이 <매화> 작품은 제18회 이스탄불 아트페어에서 첫선을 보인 귀한 작품이다. 

오랜 연구로 황칠은 황금빛만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로써 MN2P는 황칠 세계화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됐다. 지난 10월 이스탄불 아트페어에 이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 정도로 이미 MN2P의 작품성과 예술성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튀르키예 앙카라, 프랑스 파리, 영국, 네덜란드 등 내년에만 해도 준비해야 할 전시가 많다.


또한 회화와 나전, 황칠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닌,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오로지 MN2P의 손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이기에 이들의 활동이 더욱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대작(代作) 사건을 있을 수 없고, 마무리만 하고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작품도 있을 수 없다. 유수의 박물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이들의 작품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다

MN2P가 계획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의 ‘바우하우스’다. 독일 바이마르에 있는 예술 종합학교인 바우하우스처럼 한국에도 원료 개발에서부터 목공, 가구, 조각, 나전, 황칠 등을 종합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인들이 갖고 있는 솜씨와 기술은 정말 뛰어나요. 문제는 그 기술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아카데미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카데미 곧 단과대학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MN2P는 이미 서울 근교에 아카데미를 세우기 위한 부지를 알아보기도 했다. 마치 백제의 사비성처럼 한옥을 모티브로 한 거대한 아카데미를 만들어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꿈이다. 그저 전통만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업적으로도 발전시켜 누구나 와서 둘러볼 수 있게 관광적인 요소도 넣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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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수원구치소 소원갤러리 MN2P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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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정약용문화제에 전시된 MN2P 작품




“‘금입택’이라고 통일신라시대 당시 고위 귀족들이 거주하던 호화저택이 있어요. 말 그대로 황금을 씌운 집이라는 뜻인데 전성기 때는 39채가 있었다고 해요. 언젠가 아카데미를 짓게 되면 그 중심이 되는 건물은 황칠을 입혀볼 생각이에요. 한국 전통황칠예술을 알리는 의미가 있죠.”


MN2P는 단기·중기·장기적인 계획이 이미 다 그려져 있다. 향후 2~3년간은 해외전시와 아트페어 등을 통해 ‘K-전통황칠예술’을 알릴 계획이다.


황칠 세계화를 위한 기초작업이다. 틈틈이 예술과 사업을 승화시키는 작업과 아카데미를 위한 시스템 도입 등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원료 확보를 위한 황칠나무 군락지를 만드는 것도 실행에 들어갔다.


류오현 작가는 이미 명인의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황칠의 세계화를 위해 중단했던 박사 과정을 다시 밟을 계획이다. 이는 한국 미술계에 황칠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김민교 작가와 류오현 작가에게는 또 하나의 계획이 있다. 전통황칠에 대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매뉴얼만 보면 황칠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MN2P는 이를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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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에서 나오는 유백색의 진액이 황금빛 황칠

도료를 만드는 원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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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황칠을 입은 MN2P 작품들

4. <적송(Red Pine Tree)>. 37×55㎝
 


황칠처럼 밝게 빛나다

MN2P로서의 계획들이 세워지다 보니 도료 완성부터 황칠정제, 해외진출 등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첫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고, 국내외에서 초청하는 일도 많아졌다.


황칠 작품뿐 아니라 작품을 올려놓는 장식장 또한 하나의 작품이 된다. 회화작품의 프레임 또한 황칠을 덧입혀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작품과 작품이 융합돼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은 흡사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렇듯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는 MN2P.


작품활동과 함께 미생물 연구를 20년 넘게 해온 김민교 작가와 황칠연구가로서 황칠 법제와 정제에 성공한 류오현 작가. 서로가 서로에게 ‘보석의 발견’이라 말하는 MN2P의 앞날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칠하면 칠할수록 황금빛을 내는 황칠처럼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를 더욱 환하게 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MN2P는 회사 이름을 ‘화지진(火地晉)’으로 바꿔 목표한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갈 계획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믿음이 바탕이 되고 서로가 갖고 있는 장점들이 하나가 돼 세계 속에 ‘K-전통황칠예술’을 알려나갈 MN2P의 모든 활동들을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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