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인물 철학박사 임계(林溪) 이규희 임계학당 대표 주역의 대중화를 꿈꾸다

2024.03.16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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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박사 임계(林溪) 이규희 임계학당 대표

주역의 대중화를 꿈꾸다 


글 백은영 사진 강은영


“주역(周易)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생각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자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여겨지는 <주역>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평생을 노력해온 학자가 있다. 바로 철학박사 임계 이규희(李圭姬) 임계학당 대표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이규희 박사는 어린 시절 주역으로 일가를 이룬 부친 백산(白山) 이원옥(李元玉) 선생으로부터 서당식 교육을 받으며 자연스레 주역과도 가까워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주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새벽 인시(寅時, 03~05시)가 되면 일어나셔서 매일 같이 주역을 읽으셨어요. 덩달아 어린 저도 새벽 4시가 넘으면 눈을 뜨곤 했죠.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글 읽으시는 소리가 하늘에서 나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죠.”


그렇게 5살 무렵부터 아버지 이원옥 선생의 주역 읊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덕분인지 이규희 박사 역시 주역을 평생의 벗이자 업으로 삼게 됐다. 그에게 있어 주역은 ‘어렵다’ ‘쉽다’의 영역을 벗어난 ‘일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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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지와 점통(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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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으로 점치는 법을 보여주고 있는 이규희 박사



배움의 끈을 놓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다니며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결혼 후 34살에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게 됐죠.”


방송통신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국역연수원(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연수 과정(四書五經)을 마치고 성백효 선생으로부터 주역을 수학하게 된다. 배움을 향한 그의 열정은 그칠 줄 몰랐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시절에는 이기동 선생 등으로부터 주역을 배우고, 유도회(儒道會) 2대 한문연수원장을 지낸 고(故) 장재한 선생에게 주역을 사사받으면서 주역을 향한 그의 관심과 애정은 더욱 커져갔다. 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도 주역이었다.


어려서부터 주역을 가까이 두며 일평생을 주역과 경전을 공부해온 이규희 박사는 더욱 많은 이들에게 주역을 알리기 위해 임계학당을 설립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글을 읽을 수 있고 숫자 1부터 8까지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주역을 공부할 수 있어요. 어렵게 가르쳐서 그렇지 알고 보면 쉬운 것이 주역이에요. 이치이기 때문이죠.”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역을 이 박사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그에게 주역이 무엇인지 묻자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생동안 접하게 되는 자연 현상 가운데 여덟 가지(하늘·땅·물·불·산·연못·천둥·바람)를 선정해 거기에 음양의 부호와 숫자를 붙여 선현들이 전하고자 하는 심오한 뜻을 실어 표현한 것, 즉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384가지로 적어놓은 것”이라고 답한다.



주역은 미래를 헤아려 조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주역을 통해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만들고파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머물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요. 자연의 질서(변화)는 저절로 그러한 것이고 저절로 그러한 것을 ‘도(道)’라고 해요. 그 도(자연)의 변화인 계절을 따라 만물은 저절로 싹이 트고 자라나고 열매 맺고 씨알을 굳게 지키는 동작 즉 생장수장(生長收藏)을 끝없이 반복 순환하는데 이것을 ‘덕(德)’이라고 불러요. 말하자면 도와 덕의 근원이 ‘자연’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자연의 변화인 ‘도(道)’에 인간이 알맞게 대처하는 것을 중도(中道)·시중(時中)·덕행(德行)이라고 한다. 자연 현상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천태만상으로 변화하는 인간사 또한 자연의 법칙을 따르니, 이 법칙에 따르는 도덕의 실천 방법을 서술한 것이 바로 <주역>이다. 원래 점치는 책으로 시작했던 <주역>이 인문학자인 공자의 해석을 거치면서 자연의 변화에 대한 인간의 대처 방법으로써 ‘도(道)’와 ‘덕(德)’의 개념이 부여된 것이다.


“주역 자체가 원래는 ‘역’이에요. 주나라 때 사람들이 해설을 많이 달아서 주역으로 불린 것이죠. 우주의 모든 만물은 1분 1초도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어요. 밤이 되고 낮이 되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은 눈에 보이니 알 수 있지만 미세한 일들, 가령 ‘이사를 가는데 괜찮을까요?’와 같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대한 변화는 눈에 안 보인다는 거예요. 그럴 때 바로 점을 쳐 미래를 예측한 것이죠.”


그에 따르면 우주에 있는 모든 만물은 숫자로 돼 있고, 그 숫자는 도(道)에서 나온 것이며 도(道)의 다른 말은 이치(理致)이자 태극(太極)인 것이다. 이 태극이 갈라지면서 음양으로 나뉘고 다시 사상(四相)으로 갈라진다. 즉 주역은 자연의 현상 여덟 가지를 선정해 거기에 이름을 붙인 후 숫자를 매기고 이 숫자를 조합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생철학의 안내자’인 것이다.


통설에 의하면 복희씨가 팔괘를 만들고 신농씨(神農氏, 혹은 伏羲氏, 夏禹氏, 文王)가 64괘로 나눴으며, 문왕이 괘에 사(辭)를 붙여 <주역>이 이루어진 뒤, 그 아들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지어 완성됐고 여기에 공자가 ‘십익(十翼, 경문의 해석)’을 붙였다.


화평한 세상을 바라다

주역은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것도 모든 것에 대해 의리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미래를 헤아려 조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역’을 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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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 이규희 박사가 <주역>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 일기예보를 해주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워요? 이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는 인생의 예보자 같은 존재가 바로 (주)역을 하는 분들이에요. 미래를 예측해 조심할 수 있게 해주는 굉장히 귀한 일인데도 역을 하는 사람들을 안 좋게 보는 이유는 더러 사람들을 속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대가를 많이 요구한다든지,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니 인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주역은 사람들이 화평하게 잘 살 수 있도록해주는 것이지 이를 이용해서 자기 이득만을 취하려고 하면 안 돼요.”


수천 년 전에는 역을 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겨 임금 옆에 뒀다. 나라의 중대사를 역으로 해결한 기록이 <사기(史記)> <춘추(春秋)> 등 여러 역사서에 나타난다.


“공자가 말년에 주역을 좋아해 위편삼절(韋編三絶)이 될 때까지 주역을 가까이 했다고 해요. 그럼에도 돌아가시기 전에 ‘하늘이 나를 조금만 더 살게 해준다면 내가 큰 실수는 조금 덜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해요. 여기서도 알 수 있지만 주역을 공부하면 할수록 자기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어요. 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평생 화가 안 난다는 것이죠.”


이규희 박사는 말한다. 주역은 모든 것을 스스로 반성하게끔 의리적(義理的)으로 풀이해 놓았다고 말이다. 여기서 의리적(의리역)이란,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사상적, 윤리적 의미로 바꿔 이론화한 것으로 예와 덕을 중시한다.


“주역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의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384개로 기록했는데, 그 기록 방법이 ‘비유’였어요. 시대가 바뀌면서 말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그 시대에 맞게 비유로 기록되고 재해석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대별로 당대 주류 학자들이 나타나 계속해서 주역을 쓸 수 있었던 거예요. 제가 주역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것도 지금 시대에 맞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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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박사가 지난 2021년 펴낸 서적
<임계주역1 육십사괘 해>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가까이하고, 주역을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하나로 이규희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대학교, 서경대학교 등에서 10여 년간 한문과 주역 강의를 병행했다. 더불어 삼일문화원과 임계학당을 설립하고 집필 활동과 강의를 꾸준히 진행하며 <주역>의 대중화를 위해 달려왔다. 그가 유독 이타심이 많은 것은 어쩌면 평생을 의술로써 지역 주민을 구제하고, 주역·풍수·명리 등에 밝아 많은 이들이 배움을 청했던 선친의 모습을 닮은 것인지도 모른다.


“주역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자연·인도·덕행’ 이 세 가지가 철학적 사상으로 표현돼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 세 가지가 인간의 삶속에 담긴 ‘길흉화복’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죠. 즉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규희 박사가 지난 2021년 펴낸 <임계주역1 육십사괘 해>는 단지 요행을 바라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요행이 아닌 인간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와 덕의 실천을 통해 막히지 않고 후회가 없는 삶을 살게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책 <임계주역>은 일상생활의 지침서이자 인생철학의 안내자인 셈이다.


“<생활주역>이라는 책을 집필 중에 있어요. 누구든지 책을 통해 ‘오늘은 이런 일이 있으니 조심하자’와 같이 스스로 삼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살아가는 데 있어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이규희 박사는 주역을 통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다툼이 없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든 읽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책을 써서 모두가 함께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 화합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평화, 화평이라는 것이 요즘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고 봐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역을 공부하게 되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돼요. ‘자성(自省)’이라고 하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살폈을 때 문제는 해결되고 화평한 사회가 된다고 믿어요. 제가 <생활주역>을 쓰는 이유죠.”


모두가 안전하고 화평한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규희 박사. 그가 집필중인 <생활주역>이 유독 기다려지는 것은 우리 또한 화평한 세계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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