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호 인물 할머니도 AI로 트로트 만드는 시대로 ‘규제보다 공급’ 강성주 교수의 ‘AI 산소론’

2024.07.28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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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AI로 트로트 만드는 시대로

‘규제보다 공급’ 강성주 교수의 ‘AI 산소론’ 


글 최혜인 사진 남승우



“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때도 각종 우려가 제기됐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이산화탄소’와도 같은 각종 규제보다 신선한 ‘산소’ 역할을 할 AI를 각 분야에 공급하는 게 우선입니다.”


30년간 정보통신(IT) 분야에 몸을 담아 오며 스스로를 ‘디지털 이노베이터(디지털 혁신가)’라고 소개한 강성주 세종대 초빙교수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AI 산소론’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집집마다 보급됐던 과거처럼 먼저는 AI가 ‘산소’와 같이 우리 사회에 널리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기업이나 정부도 그렇고 현장의 엔지니어 등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 가릴 것 없이 모든 구성원이 ‘AI’를 원하고 있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도 AI를 통해 제2의 임영웅 노래, 이미자 노래를 만들어내거나 감성적인 시를 쓰고, 사진이나 영상도 만들 수 있게 하자. 때로는 비서로, 때로는 교사로, 혹은 친구로 동료로 AI를 적극 활용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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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디지털 혁신가’로 활약

버튼 하나로 완성한 AI 노래와

‘메세’ 소개하며 “AI 시대 도래”


“남녀노소 韓국민이라면 누구나

AI를 친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과거 ‘인터넷 강국’ 경험 발판

‘국민운동 통한 AI 강국’ 제안




“AI 합시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보였다. 앱을 켜고 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찰진’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바로 AI를 통해 자신만의 가사로 제작한 세상에 유일무이한 ‘강성주표 트로트’였다.


AI가 부른 노래는 아직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약간의 이질감이 있었지만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시원시원한 가창력이었다. 인생의 애환이 담긴 가사까지 넣어 나름의 애착과 뿌듯함도 전해졌다. 강 교수는 이처럼 앱을 통해 몇 가지 조건만 넣으면 누구나 노래를 창작하거나 이미지, 그리고 동영상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이른바 ‘AI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런 그가 30년 넘도록 외쳐왔던 건 ‘IT’였고 이제는 그 분야에서 대세가 된 인공지능, 즉 AI가 됐다. 실제 요새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AI 얘기하려고 그러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러면 그가 내놓는 대답은 한결같이 “AI 합시다”였다.


강 교수는 30여년 전 인터넷 도입 전부터 정부에서 우리나라 디지털 혁신 선봉에 나서 일해온 IT 전문가로 꼽힌다. 과거 행정고시 합격 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정보통신부와 대통령비서실에서 IT기술개발과 IT 정책을 다뤄왔고, 최근까지도 전(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 우정사업본부장으로서 디지털 전환과 과학기술정책 분야 일선을 도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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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 현장(제공: 강성주 교수)



그가 최근 AI를 중심으로 ‘디지털 이노베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 별명이 말해주듯 강 교수는 최근 변화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는 AI 분야에서 그가 겪은 경험과 사례를 공유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던 사례로 ‘2024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에서의 참관 경험을 들었다. 하노버 메세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를 말한다.


올해는 지난 4월 22일부터 5일간 <지속 가능한 산업 활성화>를 대주제로 열린 가운데 60개국에서 4000개 기업이 대거 참가했다. 행사장에는 첨단 AI를 경험해보거나 이를 산업현장에 적용하려는 관계자들 등 관람객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주최 측에 따르면 박람회 기간 그렇게 들어온 인파가 13만명이었다.


‘하노버 메세’에서도 대세는 ‘AI’

강 교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올해 키워드도 단연 ‘AI’였다”면서 “지난해부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비롯한 협력기업들과 수십개의 상담관과 함께 대규모 전시관을 차려 곳곳이 사람들로 그야말로 ‘바글바글’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MS관’에서 ‘코파일럿’을 활용해 산업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코파일럿’은 MS가 지난해 공개한 오픈AI 챗GPT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를 뜻한다. 


강 교수는 AI를 통해 공장자동화를 시연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재생해 보였다. 그는 “여기 과정을 설명하는 직원은 미국 GM이나 포드에 자동차용품을 공급해주는 회사 소속 매니저로, 챗GPT와 대화하면서 자동화 로봇을 움직여 보이고 있다”며 “엔진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인데, AI와 대화를 하면서 어디가 문제가 생기면 어디가 어떤 것 때문에 문제라고 알려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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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주 세종대학교 초빙교수가 자신이 참관한 ‘2024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에서의 AI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현장에는 사람 대신 로봇이 일하고 있고 이 로봇을 통제하는 일뿐 아니라 현장의 모든 일을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제어할 수 있게 된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AI 자동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코파일럿’은 하나의 사례일 뿐 산업용 기계 제조기업인 ‘셰플러’라든지 다국적 기술기업 ‘지멘스’ 등 수백 가지의 첨단 사례가 현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MS와 협력하는 것처럼 이제는 분야의 단독 기업이 아닌 글로벌 협력 양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인데, AI가 우리 생활뿐 아니라 위험한 산업현장에까지 깊숙이 들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강 교수는 이 박람회가 단순히 의례적으로 여는 행사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수십년간 지켜오고 발전시킨 상징적인 행사라는 점을 짚었다.


그가 설명한 하노버 메세의 발전상과 요지는 이렇다. 하노버 메세는 과거 세계 2차대전 이후 전후 복구사업으로 시작돼 지난 1947년 이후 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산업박람회 덕에 당시 작은 도시 하노버에 국제공항이 생기기까지 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일명 ‘독일 인더스트리’를 통해 독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지키고 이를 발전시켜온 것. 과거 인더스트리 1.0 ‘기계’에서 2.0 ‘전기’, 그리고 3.0 ‘인터넷’, 현재의 ‘AI’까지 시대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사례로 들며 강 교수는 우리나라도 AI를 확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예전 인터넷 붐처럼 이제는 ‘AI 붐’을”

“초등학생도 할아버지·할머니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운동을 합시다.”

강 교수는 전국 동사무소나 우체국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인터넷 교육·확산 붐이 일었던 과거 1990년대 초 인터넷 도입 시기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인터넷 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과거 범정부 범국민 차원의 인터넷 보급 움직임과 같이 이러한 차원의‘AI 운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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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I가 확장함에 따라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개인정보 침해, 딥페이크 등 윤리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구더기 무서워장 못 담그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제를 너무 열심히 하면 선의의 사람들 활동들까지 막게 된다”며 “결국 비윤리 영역은 사람들의 ‘착한 심성’과 사법 제도의 강제성, 그리고 관리·제어·규제·통제를 통해 제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령 자동차가 도입되면서 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원천 봉쇄하는건 공공의 이익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과거 빵빵한 ‘정보화 고속도로’를 닦았다면 이제는 차를 타고 쌩쌩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국민에게 이에 대한 사용법을 충분히 알게 할 ‘AI 국민 교육’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규제도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과거 정보검색사 1, 2급을 도입했던 것처럼 ‘AI 기술사’나 ‘AI 활용 자격증’ 1·2급 등을 도입해 초등학생도 어르신도 모두가 AI를 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며 “그리하면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된 것처럼 ‘AI 첨단국가’ ‘AI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강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여지없이 말했다. “우리 모두 AI 합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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